지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암호화폐 현물 ETF에 대한 상장 조건을 대폭 완화 시켰고, 주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 등의 대표적인 3곳이 추가 심사 없이 새로운 코인과 기타 현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상품(ETP)을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변경을 승인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 한번 자세히 살펴보도록하자.
암호화폐 ETF 상장 조건의 완화
과거에는 특정 기관이 코인 ETF를 상장하려면, 일일이 SEC의 개별 승인과 심사를 거쳐야 했던 절차를 효율적으로 간소화 시켰는데, 원래는 신청서 제출 후 공청회와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최대 240일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이로 인해 수년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극소수 사례만 가까스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비트코인 ETF를 포함한 수십 건의 암호화폐 ETF 신청을 거절하거나 승인 결정을 연기하는 등 사실상 신규 상품의 등장을 막아왔는데, 실제로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13년 윙클보스 형제가 첫 신청서를 낸 지 10여 년 만인 2024년 1월에야 승인되었으며, 이더리움 현물 ETF도 같은 해 7월에서야 처음 출시될 수 있었다.
또한, 2025년 중반에 들어서서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들의 운용 자산 총규모는 약 200조 원에 달하며, 이더리움 현물 ETF들도 300억 달러 이상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ETF 승인이 늦어진 이유는 전 정부 SEC의 반암호화폐 정책때문이었는데, 바이든 시절의 SEC는 시장 조작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 ETF 승인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었다.
반면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는 굉장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규제 장벽을 완화하고 있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디지털 자산 혁신을 장려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며 암호화폐에 대한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이번 규정 변경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2013년 첫 비트코인 ETF 신청 이후 10년 넘게 이어져온 관행을 뒤집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SEC의 이번 결정은 한 달 내내 여러 커뮤니티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큰 화제가 되었으며,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가치가 있는 금융시장에 편입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변화가 실현됐다며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조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SEC가 이번에 채택한 새로운 규제 완화의 핵심은 거래소들이 SEC의 추가 승인 없이도 암호화폐 현물 기반 ETP를 상장할 수 있는 일반 상장 기준을 도입했는데, 이제 ETF 발행사들은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 등 거래소에 상장 제안을 하고, 해당 상품이 충족해야 할 몇 가지 객관적 요건만 만족하면 개별 심사 없이 출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선물 코인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규제를 받는 거래소에서 최소 6개월 이상 운영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별도의 규정 신청이나 SEC의 추가 승인 절차 없이도 바로 상장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로써 이전까지 거래소와 운용사가 각각 규정 변경과 상품 승인을 따로 신청해야 했던 복잡한 이중 심사 절차가 사라지면서, ETF 출시 과정이 대폭 단순화되었다.
규제 받는 거래소라는 최소한의 조건을 둔 이유는 특정 해당되는 기초 자산의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 조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절차가 크게 단축되면서 신규 암호화폐 ETF의 심사 기간은 종전 최대 240일에서 약 75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암호화폐 ETF의 소식
이러한 상장 조건 완화를 통해 그레이스케일의 디지털 대형주 지수 펀드(심볼 : GLDC)가 바로 승인되었다고 한다. 이 펀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를 담고 있는 상위 코인들을 투자한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ETF다.
시가총액 상위 암호화폐들로 구성된 지수형 상품이며, 현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물 가격을 추종한다. GLDC 뿐 만 아니라, 해외의 여러 전문가들은 곧 다양한 알트코인 기반의 투자 상품들이 엄청나게 나올 것이라며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사이파트는 “최소 몇 주 안에 다양한 종류의 암호화폐 ETF들의 상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유명 ETF 전문 애널리스트 네이트 제라치 역시 “이번 조치로 ETF 출시의 문턱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수많은 신규 신청과 출시가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암호화폐가 ETF 래퍼를 통해 메인스트림으로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의 높은 확률로 변동성이 아주 심한 도지코인 등과 같은 밈을 포트폴리오화한 ETF나 탈중앙화 금융이나 토큰화 등 특정 주제를 내건 다중 자산 ETF 같은 색다른 투자 상품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그동안 기관 대상 암호화폐 투자 상품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리플, 솔라나, 도지코인 등 다양한 코인들까지 ETF를 통해 투자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코인 ETF는?
현재 포스트 작성 시점으로, 대부분 조건을 충족해 빠르게 상장이 가능한 코인만 해도 1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고 있다싶이,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물론 도지코인, 솔라나, 라이트코인, 폴카닷, 체인링크, 시바이누 등의 종목들이 이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현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리플과 에이다 등도 조만간 조건을 갖출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되면 이들 자산을 담은 ETF도 속속 출시될 전망이다.
이번 규정 변경에 따른 첫 상품들은 이르면 10월부터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폴카닷, 라이트코인, 시바이누 등 여러 코인을 담은 ETF 신규 출시 신청이 SEC에 접수되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2019년 미국에서 주식과 채권형 ETF에 일반 상장 기준이 도입되기 전후의 사례를 보면, 규제 완화가 가져올 파급 효과를 짐작해볼 수 있다.
비트와이즈의 매트 휴건 최고투자책임자는 과거의 일반 상장 조건 시행하기 전에는 연간 새롭게 출시하는 ETF 건수가 약 117건에 불과했으나, 도입 이후에는 370건 이상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ETF 규제 상황은 어떨까?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SEC 영향으로 인해, 암호화폐 ETF의 대해 친암호화폐 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일부 몇몇 국가들은 아직까지는 규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독일 금융감독당국은 2020년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연계 상장지수채권 발행을 승인했었으며, 이후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암호화폐 가격을 1대1로 추종하는 ETN 상품들을 계속 허용해왔으나, ETF 상품의 대해서는 분산투자 요건 등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또한, 단일 암호자산을 추종하는 순수 현물 ETF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한편 스위스는 2018년 일찌감치 자국 증권거래소에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인덱스 상장지수상품을 상장시켰고, 최초의 암호화폐 ETP 도입 이후 스위스 증시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다양한 암호화폐 기반 ETP들이 잇따라 출시되었다. 그 결과 암호자산을 제도권에서 취급하는 선도적인 환경이 스위스에서 구축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암호화폐 연계 ETP와 ETN을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 대상 마케팅을 그동안 금지해왔다.
그러나 2025년 6월 프랑스 금융시장청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암호화폐 ETN에 한해 이러한 마케팅 금지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도 2021년부터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및 ETN 판매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최근 미국의 암호화폐 허브를 표방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25년 8월 영국 금융행위감독청은 그동안 유지해온 소매 투자자 대상 판매 금지를 해제하고, 승인된 거래소를 통해 제한적으로 암호화폐 ETP 판매를 허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유럽 각국의 암호화폐 ETF·ETN 접근성은 제각기 달라서, 각국 규제 당국이 보여주는 태도 변화의 속도에도 차이가 난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리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며, 2024년 4월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공식 승인해 증시에 상장시켰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승인 하에 출시된 이 ETF들은 암호화폐를 주류 투자 수단으로 편입한 아시아 첫 사례가 되었다. 이로 인해 홍콩은 디지털 자산 중심지로 더욱 부각되었다.
일본은 그동안 암호화폐 ETF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2023년 말부터는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어 2025년에는 일본의 대형 금융사인 SBI홀딩스가 비트코인과 리플을 포함한 암호자산 ETF 출시를 추진하며 금융청의 승인을 타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ETF 규제는 어떨까?
알다 싶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비트코인과 관련된 모든 법에 있어서 아주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암호화폐 현물 ETF가 승인된 사례가 없다.
이는 국내 법규상 가상자산이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관련 상품을 사실상 금지한 이후, 미국 등 해외에서 승인 사례가 나와도 같은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2024년 미국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성공적으로 상장되자 한국도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압박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디지털자산 자문기구를 신설하고 규제를 재검토하는 등 점진적으로 유연한 접근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투자자 보호를 특히 강조하여, 현재까지 통화청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현물 ETF를 개인 투자자 대상 상품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의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을 통해서만 우회적으로 암호화폐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이유로 소매 투자자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한편 호주는 암호화폐 ETF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며, 이미 2022년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어 거래를 시작했다.
특히 2024년 6월에는 호주 증권거래소에서 최초로 상장된 반에크 비트코인 ETF가 존재한다. 3년에 걸친 논의 끝에 전통 증권시장에 암호화폐 ETF가 편입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보다 앞서 호주에서는 Cboe 호주 거래소에도 여러 암호화폐 ETF가 상장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규제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는 등, 호주는 암호화폐 ETF에 대한 투자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처럼 미국의 규제 완화 이후 각국의 암호화폐 ETF 정책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유럽의 일부 국가와 호주, 홍콩 등은 비교적 빠르게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거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싱가포르처럼 규제 장벽이 남아 있는 곳도 여전히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암호화폐를 전통 금융권에서 포용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각국 규제 당국의 결정에 따라 암호화폐 ETF 승인 여부와 투자 접근성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마치며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이번 SEC 규제 완화는 2025년 9월 암호화폐 뉴스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영향력이 컸던 소식인 만큼, 미국 SEC의 역사적인 암호화폐 현물 ETF 규제 완화 조치이기도 하다.
이 결정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거의 제도권에 들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며, 금융시장과의 관계를 크게 좁혀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부터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뿐 아니라 다양한 알트코인도 손쉽게 ETF 형태로 사고팔 수 있게 되었고, 암호화폐 자산군으로의 수조 원대 자금 유입 경로도 새롭게 열렸다.
특히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의 규제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다른 국가들의 암호화폐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